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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서울의 첫 봄, 그리고 월요일 퇴근길

by mybookworld 2025. 3. 24.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오늘 지하철 독서책은 내 사랑 버지니아 울프 언니의 얇은 산문집:런던 거리 헤매기이다.
가볍게 휴대폰과 겹쳐 들기에 적당한 퇴근길 독서책으로 안성맞춤이다. 
 
아침부터 기온이 제법 올랐다 싶었는데, 퇴근길 바깥 공기가 한층 더 따뜻해졌다. 기온이 23도까지 오르니, 지하철 안 공기도 덩달아 후텁지근해졌다. 뚝섬역에서 신당역 쯤 왔을 무렵 사람들의 체온과 숨결이 뒤섞인 공기가 몸을 감싸면서 답답함이 밀려온다. 창문이라도 열어 바람을 쐬고 싶지만, 여기가 지하철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렇게 답답함이 극에 달할 무렵, 드디어 지하철 에어컨이 가동된다. 
시원한 바람이 나올 거라는 기대는 잠시뿐, 먼저 달려든 것은 필터에서 풍겨 나오는 특유의 냄새다. 올해 처음 가동하는 것인지, 혹은 오랫동안 청소를 안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기 중에 스며든 세균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가만히 있어도 목이 따끔하고, 코 안이 얼얼해지는 듯하다. 재채기가 잇달아 나온다. 이미 미세먼지 알러지 때문에 하루 종일 코를 풀어댄 터라 코끝이 다 헐어버렸는데, 여기에 에어컨 필터 세균까지 더해지니 코가 더 괴롭다.
 
2025년 서울의 첫번째 봄은 내 코에 자극으로 가득하다. 겨우내 쌓였던 미세먼지가 봄바람에 휘날리면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고, 곧 더 기승을 부릴 황사 걱정에 코로나때도 쓰기 싫어했던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가 지레 걱정이다. 청계천과 북한산에 꽃이 피어나고 사람들은 가벼운 옷차림을 즐길 기대에 가득찬 이 봄이 나에겐 그저 코가 근질거리고 재채기가 멈추지 않아 퇴근걸음을 재촉할 뿐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코를 풀고, 연신 눈을 비비다 보니 얼굴이 온통 따가운 느낌이다.
 
이렇게 겨우 버티다 보면 언젠가 봄이 가고, 여름이 오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지만 여름이 되면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바깥은 찜통더위, 실내는 빵빵한 에어컨 바람. 또다시 건조한 공기에 목이 칼칼해지고, 코가 막혀 답답해질 것이다. 나는 도대체 어느 계절에야 편하게 숨을 쉴 수 있을까.
 
지하철은 어느새 홍대입구역에 도착했고, 나는 무거운 걸음으로 내린다. 9번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서는 순간 바깥 공기를 들이마시니 답답했던 폐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 했는데
곧 다시 코가 매워온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더 북적이는 홍대 거리. 그만큼 짙어진 담배연기와 내 기분과 달리 흥이 넘치는 홍대의 거리분위기는 고시원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을 더 바쁘게 재촉한다.
젊음과 열정의 대명사인 홍대가 나에겐 외로움과 씁쓸함으로 가득한 공기로 기억될 것 같다.
나는 또다시 코를 틀어막고 콧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그것을 훌쩍이며 걸음을 재촉한다.
월요일의 퇴근길은 더 지친다.
 
어서 가서 토지6권 나머지 부분이나 읽어야겠다.
상현과 봉순이의 진주에서의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