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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는 '이것'도 당근마켓에서 팔아요!

by mybookworld 2025. 3. 18.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2주일이 지났다.
지방에서만 30년 넘게 살아온 나에게 서울 생활은 온몸으로 부딪혀야 하는 거대한 변화였다.
 
가장 먼저 충격을 준 것은 공간이었다.
서울은 숨 쉴 틈도 없이 꽉 차 있었다.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차도 많다.
오기전에 북클럽 멤버들이 했던 말 그대로였다.

"서울도 다 사람사는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사람이 좀 더 많고, 차가 많다고만 생각하면 돼요"
 

그런 서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부족한 것은 바로 공간이었다.

특히, 주차 공간.
지방에서는 차를 주차하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가게 앞, 골목 한쪽, 심지어 도로변도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주차가 전쟁이다. 서울에 처음 올라오던 날부터가 문제였다. 건물에 주차자리가 있는데도, 월 주차요금을 내고싶대도 주차가 안된단다. 오늘 지방에서 올라와서 서울 사정을 잘 모르니 하루만 대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내일은 꼭 알아보셔야 해요."
그 한마디가 어찌나 차갑던지.

오히려 출근해서는 문제가 없었다.
임직원 정기 주차권을 복지로 내어주었고 비싸디 비싼 성수동 한 복판의 건물에 내 주차공간 한 자리를 얻었다.
할렐루야~ 였다.
 
퇴근하고 나서부터는 주차자리를 찾는게 일이었다.
‘이곳은 우리 건물 주차장입니다’, ‘월 주차 전용’, ‘주차 금지, 견인 조치’ 같은 표지판이 내게 말하는 듯했다.
‘여긴 네 자리가 아니야.’

당근마켓에 한번 찾아보세요.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먹으면서 주차공간때문에 한숨을 쉬는 내게 직장 동료가 귀띔해줬다. “당근마켓 한 번 찾아보세요.”
당근마켓? 그게 중고 물건 거래하는 곳 아닌가? 주차 자리를 거기서 구하라니 황당했지만, 호기심에 검색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월 주차 양도’, ‘주차 자리 공유’, ‘주차권 판매’ 같은 게시글이 쏟아졌다. 그제야 깨달았다.
서울에서는 주차 자리도 하나의 상품이었다. 마치 부동산처럼, 좋은 입지의 주차 자리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고, 저렴한 곳은 경쟁이 치열했다.

물론 한달 후에 이모네 집으로 이사하기로 해서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이것이 서울의 현실임을 잘 알아버렸다.

주차 문제뿐만이 아니다. 서울은 모든 것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회사 밖의 그 누구에게도 웃고 인사할 여유까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 왠지 이곳에서는 그런 여유가 사치처럼 느껴졌다.
차를 회사에 대고 지하철로 오고갈때 서로 스마트폰 화면만 응시한 채 말없이 서 있고, 작은 브랜드 카페에서도 말한마디 던지지 말고 빨리 주문하세요 느껴질만큼 모든게 키오스크고, 점심을 먹는 식당에서는 회전율이 중요하듯 밥을 먹다 이야기 한마디 나누는게 미안할 정도로 줄을 서서 언제자리가 비워지나 바라보고있다. 처음엔 정말 먹다 몇번 체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시간도 공간도 모두 돈이었다.

그렇다고 서울 생활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니 의외로 편리한 점도 많았다.

주차 자리를 당근마켓에서 사고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이제는 ‘합리적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누고, 필요 없는 시간을 줄이는 방식.
한번도 상상하지도 못 했던 방식이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아직까지 내게 서울은 여전히 복잡하고 숨 가쁘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그 속도에 조금씩 맞춰가고 있다.
여전히 주차 문제로 고민할 때가 많지만, 적어도 더 이상 무작정 골목을 헤매지는 않는다.
그날그날 스케쥴과 컨디션 등을 따지기는 하지만 지하철과 친해지는 중이다.

나는 이제 서울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익숙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